네델란드의 작은 마을 델프트 (Delft) 에 두 화가가 활약을 했다. 제8회에서 선을 보인 파브리티우스 (Carel Fabritius, 1622-54) 와 오늘의 베르메르 (Jan Bermeer, 1632-75) 이다. 베르메르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밝아진 여인들을 많이 그렸는데 그 중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제1도) 는 ‘북 유럽의 모나리자’ (Mona Lisa of the North) 로 불리고 있다. 이준 열사로 유명한 헤이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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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얼굴을 돌려 어깨너머로 우리를 처다본다. 까만 배경 때문에 얼굴이 돋보이고 수밀도 같은 볼이 더 더욱 돋보인다. 큰 눈은 회색 빛이 도는 파란 색인데 무엇을 바라는 것 같다. 입은 약간 벌리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유난히 빨간 두 입술은 촉촉히 젖어있다. 관능적이다. 고개가 옆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자신감이 모자라고 연약하다는 인상을 준다. 수줍음을 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큰 진주 귀고리를 달고 있다. 청순하게 보이는 얼굴이 진주로 더욱 순결하게 보인다.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어느 초상화나 인물화를 보아도 입을 벌리고 있는 그림은 별로 없다. 특히 여성이 입을 벌리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에로틱하고 선정적인 면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완숙한 여인과는 거리가 먼 이 청순한 소녀가 입을 벌리고 있다니.

이 소녀는 터번을 쓰고 있다. 이국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터번은 파란색이고 터번을 매고 있는 스카프는 노란 색이다. 파란 색과 노란 색이 잘 어울리고 신선한 감을 준다. 파란 샤츠에 노란 타이가 잘 어울리는 것이다. 훗날 반 고호, 마티스가 자주 쓴 색 조합이다. 입고 있는 옷도 노란 색 계통이다. 얼굴을 강조하기 위해 옷은 간단히 처리했다. 그 대신 조금 보이는 흰 옷깃으로 단조함을 없앴다.

이 그림의 화룡점정은 진주 귀고리이다. 자세히 그린 것도 아니다. 그늘 진 검은 목에다가 붓으로 흰 색을 서너번 그었을 뿐이다. 진주 위 조금 왼 편의 흰 부분은 밖에서 들어 오는 빛이 반사된 것이고 진주의 아래에 살짝 보이는 흰 선은 흰 옷깃에서 반사된 빛이다.

이 명화의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초상화 (portrait) 는 아니고 그 당시 네델란드에서 유행한 인물화 (tronie) 계통이리라고 한다. 인물화란 어느 특정 인물의 초상이 아니고, 정물을 그리듯이, 풍경을 그리듯이, 그냥 얼굴을 그리는 것이다. 렘브란트가 자기 얼굴을 모델로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

화가에 관해서도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개신교 신자였으나 가톨릭 신자와 결혼을 한 탓에 자식을 15 두었다. 자신의 그림으로 보다는 남의 그림 장사로 돈을 벌었고 부모한테서 받은 집을 세주어 살림을 해왔다. 세주던 집이 물에 잠겨 돈은 안 들어오고 자식들 한테 돈은 많이 나가 죽을 때는 빚더미에 쌓였다.

그가 죽은지 200년이 지나서야 그의 그림들이 햇볕을 보았다. 1881년 이 그림이 경매에 나왔을 때부터이다. 그림 상인이 7불 주고 샀다고 하니 지금 가격으로 210불 정도이다. 현재 매매가 된다면 가격이 수천만 불은 족히 될 것이다. 그의 그림은 현재 35점 정도 남아 있다. 그 중 한점이 보스턴 가드너 박물관에 있었는데 10여년 전에 도난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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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화는 소설가 슈발리에 (Chevalier)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2000년에 이 명화를 주제로 소설을 썼다. 화실을 청소하고 물감을 가는 16세의 하녀로 나온다. 모델로 앉아 있으면서  말 없이 화가에 대한 사랑을 호소하는 얼굴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소설은 영화화도 되었다. 사진 작가 에리즈쿠 (Awol Erizku) 도 모방했다 (제2도). 이 그림은 작년부터 파브리티우스의 ‘골드핀치’ (Goldfinch) 와 함께 세계 일주를 하고 있다. 그래서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다.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 가 ‘이태리의 진주 귀고리의 소녀’ 로 불리워지지는 않겠지만.

베르메르하면 미술품 위조범 메게렌 (Han van Meegeren) 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화가로 출세할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베르네르의 화법을 익혔다. 미술 감정가도 속을 만큼 잘 그려서 베르메르 작품이라고 팔기 시작했다. 히틀러의 오른 손 게링 (Goering) 의 손에까지 들어갔다. 스릴을 맛보며 위조 행각하다가 철창 생활을 했다.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 (제3도) 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의 작품을 벌써 두번이나 다루었기 때문에 간단한 소개로 끝내겠다. 스푸마토 (sfumato) 라는 화법의 극치라고 보면 되겠다. (이 화법은 제19회에서 티선을 다룰 때 잠깐 설명했다.) 원래의 뜻은 ‘연기처럼 점점 사라진다’ 인데, 인물이나 사물의 윤곽을 선으로 나타내지 않고 색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약하게 해서 처리하는 방법을 뜻한다. 이 화법 때문에 모나리자의 눈과 입술은 더욱 신비롭게 보이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