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부고장을 카톡으로 받았어요.   경황이 없었는지 에둘러 말하지도 않고 “xx아빠 죽었어요”라는 문자가 참 잔인하게도 경쾌한 알림음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왔어요.    나에게는 작은아가씨가 되는 고운 사람의 남편인데요.  심장마비로 거리에서 급히 세상과 등을 졌다는 군요. 그리곤 다음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발인을 한다네요.   난 십일년 동안 한국에 나가보지 못했으니 애들 고모부를 십일년 동안 못봐서 아주 젊은 얼굴만 삼삼해요.   사람 좋게 늘 허허 웃는 사람이지요.   그 탓에 작은 아가씨 속을 썩히기도 했지만 부부간의 금슬은 참 좋았던 부부지요.   두 내외가 부지런히 일을 했지만 겨우 겨우 생활을 이어 갔어요.   두 아들 중 한 녀석은 군에 갔다와 아직 졸업을 못했구요.  작은 녀석은 이제 군대가 가 있어요.    두 아들의  대학공부를 마저 시키려면 힘에 버거울 텐데 부디 잘 살아내 주길 바래야지요.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을 과부라고 하신 이유들이 작은 아가씨에게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나란히 밥상에 앉아 밥을 먹다가, 나란히 길을 걷다가, 한 사람은 가고 한 사람은 남았네요.
함께 신앙 생활을 하던 황집사가 또 생각나네요.  이발 깨끗하게 하고 와서 예배를 드리러 온 날 교통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지 벌써 네 달 째 접어 들잖아요.   그 가족들의 생은 그 날 이후 정지 되었지요.
내 주위에는 아기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다온이라는 예쁜 딸아이를 낳아 백일이 넘도록 빽빽 울어 댄다고 불평불만인 아름다운 이들도 있지요.   아주 급하게 세상이 돌아가는 것만 같아서 잠시 현기증이 일었어요.    오늘은 기차의 기적 소리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어요.
쉰이 넘은 이 나이에는 경조사를 잘 챙길수만 있어도 성공한 삶인 것 같아요.   그저 달려가 위로해 주고, 달려가 축하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나 대신 조문을 부탁해 놓고는 또 생각에 빠져요.  난 몇 번이나 경조사에 참석 할 수 있을까요.   생각하니 참 한심하군요.  
내가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 이것도 당신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지만 멀리서 마음만 쌔한 채로 햇빛 사이로 흐르는 시간이나 헤아리고 있는 오늘은 정말 우울해요.
모두 그 자리에서 살살 늙어가길 바래요.   모두 그 자리에서 아이들 시집, 장가 다 보내시길 바래요.   아이들도 하나도 잃어 버리지 않고 다들 지켜내시기를 바래요.
삶 자체가 까마득하게 슬퍼지는 날에 그래도 당신이 내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오늘도 한걸음 당신에게로 다가섰어요.  잠언서에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인도하심을 믿고 따라갈께요.   잠깐 엇나가면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엇나갈 때는 사람이라서 생기는 권태 때문이거든요.   금방 따라갈 수 있어요.    
아멘.


어금니


어금니 뿌리가 아프다
가장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씹어 갈던 돌의 뿌리는
턱뼈 끝까지
기억이 머무는 곳까지 잔뿌리를 내려 놓았다
심하게 흔들리는 밑둥을
페니실린 몇 알로 진정시켜 놓았다
잔뿌리가 발톱을 오므리고 있는 동안

엄마에게 몸이 삭기 시작한 소식을 알린다

걱정도 아닌 듯 말씀하신다
"밥 먹을 이만 있으면 괜찮다"

그렇다
엄마는 지금 틀니로
찬찬히 시간을 씹는 중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