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온전한 내 시간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난 성경책을 덥석 펼쳐서 그저 우연히 펼쳐진 성경의 한 장을 읽어요.
내가 신학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예수쟁이로 똘똘 뭉쳐서 모든 삶의 일거수 일투족을 말씀과 연결시켜 말로 포장하는 꼰대도 아니구요. 난 그저 내 안에 살고 있는 여러 모습의 나를 잘 얼르고 달래서 하나님이 바라시는 선한 사람의 모습으로 살기 원하는 내 근원적인 인격에게 협조 하도록 물꼬를 트고 싶은 것이예요. 펼쳐진 성경책의 말씀이 내 생에 도움이 되고 약간 문학적 성향이 있기라도 하면 그 날은 하나님과 가까워 진 듯한 마음이 되지요. 그러나 오늘 난 욥기 41장을 읽었어요. 인간의 무력함을 알리고자 등장시킨 악어에 대한 말씀이 인간이 악어를 낚을 수 없음을 설명했는데요. 요즘은 악어 껍즐을 벗겨서 백도 만들고 못 하는 것이 없으니 문학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문자적으로 해석한다면 참 시대와 동떨어진 말씀이잖아요. 
성경의 해석을 누가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시대와 역사를 가로질러 하나님이 그 시대에 맞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묵상하는 일은 온전히 자신만의 믿음 몫이겠지요. 창조주 하나님의 선하심이 그 시대의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각기 다른 역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알아요.  웃으며 읽은 욥기였지만 지금은 악어가 아닌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이 더 악어같이 느껴졌어요.
몇 년 전, 첫눈이 올 때 젖은 눈이 밤새 내려서 온 메사추세츠의 전깃줄을 끊어 먹고 나무들이 쩍쩍 갈라진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우리집은 단 하루 불이 안 들어 왔지만 모든 마을이 비상이 걸렸었지요. 봄이 되어 마당의 눈이 다 녹을 즈음 아들방 창문 앞의 작은 나무의 줄기가 눈의 무게를 못 이겨 갈라져 있는 거였어요. 그 나무는 우리가 집을 사고 정원을 꾸미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 정원 꾸밀 궁리를 하는 우리에게 엄마가 "얘 저기 울타리 근처에 옮겨 심으면 좋을 이쁜 나무가 있더군아." 하셨지요. 그 나무를 옮겨 심은 거였어요. 나무는 봄이면 꽃인듯 아닌듯한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예쁘게 단풍이 들곤 했는데 그 나무가 쩍 갈라진 거예요. 남편이 나무의 가지를 묶었어요. 깁스를 한 나무가 부상을 아랑곳 하지 않고 잘 자라고 있어요. 그 나무를 볼 때 마다 집을 사고 힘들었던 그날, 엄마의 다정하고 실용적인 눈썰미, 남편의 만물에 대한 측은지심이 다 함께 보이지요. 집을 산 후 8년이 되었어요. 8년 동안 별의 별 바람과 풍랑이 다 지나갔지요. 아이들은 부쩍부쩍 자라났구요. 이 나무는 여전히 깁스를 한 채 청청한 잔잎들을 바람 불 때 마다 여유롭게 흔들리다가 곱게 단풍들지요.
마당의 나무처럼 발견한 자, 필요한 자, 보살피는 자, 섭리를 깨닫는 자는 각각 다 다르지만요. 마음이 그 나무에 모아졌을 때는 나무가 천진한 얼굴로 살아 말을 걸어 오지요.
난 그동안 숱하게 하나님이 사랑하라고 명령하신 사람들 중 몇몇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어서 나에게 그 마음을 허락해 달라고 기도하면서도 늘 캄캄했어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인간사가 아주 고달프고 힘들었어요. 내 마음의 주관자가 하나님인가 나인가를 생각할 때 늘 내가 주관자였어요. 싱싱하고 젊을 수록 주관자는 자신이 되는 것 같아요. 난 서서히 내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 하나님 앞에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중이구요. 그 첫발을 딛으면 세상의 흐름이 나쁘게만 흐르고 있지 않다는 것이 보여서 조금 희망이 보이구요. 부정과 긍정의 균형이 맞춰져서 욕 할 땐 냅다 욕을 밷으면서도 그 욕에 발목이 잡히는 일은 없어야 지요.
성경을 읽고 그 의미을 잘 알 수 없어도 절대적으로 선한 하나님의 섭리 중에 내가 있다라고 마음에 새겨 넣으면서 사소한 삶의 한켠을 바라봐요. 욥기와 마당의 나무는 전혀 연관이 없는데도 내 선한 마음은 그동안 힘들었던 상황보다 그 상황속에 스며 들었던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지요. 나에게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없다면 작고 사소하지만 선함을 이루는 마음들은 안보이고 안좋은 경제 상황과 심하게 일그러지는 관계에 아직도 잡혀 있을 거예요.
기도를 하면 당신은 늘 대답해 주네요.   이르게든, 아주 뒤 늦게든.   우리 생의 절정기에 치열하게 싸우다가 마음문이 허물어져서 종당에는 서로 걸개를 조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아멘.


물의 성질


쌓인 눈들이 녹기 시작했다
땅 속으로 미처 스미지 못한 물이
뜀박질 하는 소리 요란하다
물은 따뜻한 기운을 만나면 어디론가 가려고
몸을 가볍게 만든다

공중에 먼저 오른 것들은
뭉게 뭉게 철없이 목련 흉내나 내고
지구를 돌아 강과 바다에 들렸다 온 것들은
사연 많은 것이 벼슬인양
드센 여편네처럼 허리를 뻗치고 서 있다

발 놓을 곳 없기는 서로 마찬가지여서
어깨를 걸어야 공중에 집을 지을 수 있는데
저 마다 지닌 사연이 달라
악 소리를 내며 쪽을 내거나
이를 악물고 걸개를 조이거나 해야 하는 것이다

쪽이 나도 바람이 불고
걸개를 조이면 더 센 바람이 불어
종당에는 다시 빗물로 철퍽철퍽 지상 위를 걷게 되어
백년을 더 사는

그러고 보니 싸우는 순간이
물, 너의 절정기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