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15년 한 해가 지나고 2016년 새해가 시작 되었다. 하루는 24시간이며 일주일은 7일, 한 달은 30일, 그리고 일년은 12달 등 세월의 마디 마다에 일정한 기한이 정해진 것은 우리가 무상으로 받은 공기나 햇빛처럼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年末(년말) 年始(연시)가 되면 우리가 가족들에게는 물론 평소에 격조하였던 知人(지인)들과 서로 안녕을 빌고 德談(덕담)나누며 선물을 주고 받는 것 역시 인간만이 누리는 특권이라 하겠다.

    지난 년 말 연시에 나는 특별하고도 귀한 선물을 받았다. 내가 오랜 세월 보스턴 한미 노인회에서 봉사를 하면서 만난 어르신들과 지금도 좋은 교제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한 어르신께서 보내 주신 선물은 나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평소에 새(bird)를 좋아한다는 나의 기호를 기억하시고 특별히 마련하셨다는 새 문양의 카드와 함께 동봉된 $20!,  “남편과 함께 점심 사 먹으라.”는 그 어르신의 성의와 사랑이 진하게 배어 있는 그 선물은 새 해가 된지 여러 날이 지났음에도 이직도 나의 설합 안에 귀하게 간직되어 있다.

    이번 년 말 연시에 내가 받은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선물은 한 장의 CD 였다. 수 년 전에 나는 지역의 Women’s Club에서 주최한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Bringing the world to America”를 주제로 한 모임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살고 있는 중국 / 인도 / 러시아 / 아프리카 등 소수 민족 여성들이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는 자리로서 나는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민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나는 태극기와 한복을 차려 입고 모임에 갔으나 너무 긴장한 탓이었는지 준비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고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2015년 크리스 마스 선물로 Women’s Club에서 그 모임에 대한 동영상을 CD로 만들어 보내 온 것이다..

    누가 “과거는 아름답다”고 하였는가? 뜻밖에 과거에 참석했던 모임에 대한 동영상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이 한 일을 가족이 인정해 주면 마음이 흐뭇해 지기 마련으로  “당신이 한국 여인으로서 좋은 일을 하였다.” 는 남편의 칭찬을 들으니 기쁜 마음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젊어서 이었을까? 얌전하게 한복을 입은 나의 모습이 제법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잊고 있던 과거를 새삼스럽게 기억하게 해 준 그 한 장의 CD는 어떠한 값진 물건보다도 나의 年末(연말)을 행복하게 장식한 귀한 선물이 된 것이다. 이렇게 사랑과 배려가 담긴 선물은 우리네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분명하다. 
 
    2016년 새해를 맞으며 내가 받은 선물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오늘, 나는 과연 타인에게 어떠한 선물을 주었는가? 되돌아 보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 하나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
보스턴 한미 노인회 제 5대 회장으로 선출 된 나는 제 3대와 4대 선배 회장님 두 분께 선물을 드린 적이 있다.

    지금이야 여자 대통령도 나오고 사회 각계 각층에 여성 지도자가 많이 배출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여성으로서 보수적인 세대로 구성된 노인회의 회장이 되는 것은 여 수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노인회 회장 일을 하는 데에는 가족(배우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가며 나의 남편을 설득하여 주시는 등 나를 노인회 회장으로 적극 추천하여 주신 전임 회장님과 더불어 또 다른 전임 회장님께서는 당시 부회장이었던 나에게 미리 회장 임무를 시키는 등 나를 보스턴 한미 노인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회장으로 적극 지지하여 주셨다.  

    그때 당시 마침 새로 부임한 여성 총영사님이나 한인 회장님의 격려 그리고 여성 편집부장의 활동이 도움이 되기도 하였지만 두 분 전임회장님의 후원은 여권 신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여 그 해 연말에 나는 그 두 분께 나름대로 감사의 선물을 하였던 것이다.

    “어떤 선물이 좋을까?를 고민한 끝에 치아가 성치 않은 어르신들이 잡수시기에 좋은 “牛足䭏(우족편)“을 직접 만들어 드리기로 하였다, 그리고 밤을 새워 가며 정성으로 만든 “민유선표 우족편”을  예쁜 그릇에 담아  두 분께 각각 전해 드렸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실수였음을 곧 알게 되었으니 두 분 중에 한 회장님께서 심한 통풍을 앓고 계셨음을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痛風(통풍)에 소고기는 금기 식품이었던 것이다.

    받는 사람의 형편을 배려하지 못한 선물은 아니 힌 것만 못한 것! 나의 선물이 되 돌아 왔을 때의 그 민망함이라니- - -. 올 연말 연시에 내가 받은 귀한 선물에 새삼스럽게 감사하는 오늘, 그 때의 나의 사려 깊지 못한 선물에 대하여 이미 고인이 되신 선배 회장님께 용서를 빌고 싶다. 
(2016/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