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 간다. 마른 잎 모두 떨군 裸木(나목)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들으니 문득 젊은 날 겨울 밤을 지새우며 읽던 神話(신화)가 생각난다.

   인간과 달리 神의 능력을 소유하였으나, 때로는 교만하기도 하고, 실수도 저지르면서, 서로 싸움도 하고, 무섭게 화를 낼 때도 있고, 질투나 고자질 또는 보복도 서슴지 않는, 그야말로 듣는 귀가 얇고 혀도 가벼운, 그래서 다분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열두 명의 神들이 등장하는 “신화”는 성경을 믿는 기독교인들에게는 믿을 수 없이 황당하고 그저 재미 있는 옛날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만,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예술 문화는 신화의 영향력 없이는 설명하기 어려울 뿐 더러 평범한 우리네 삶과 비유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올 들어 최대의 寒波(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겨울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大地(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에게는 “페르세포네”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그러나 神(신)들의 세상에서나 인간 세상에서나 무엇이든지 過(과)하면 禍(화)가 되는 법, 어머니 “데메테르”가 잘 가꾼 정원에서 뛰어 놀던 빼어난 미모의 ”페르세포네”는 어느날 地下(지하) 저승의 神(신) “하데스”에게 납치를 당한다.

   졸지에 사랑하는 딸을 빼앗긴 슬픔으로 “데메테르”는 그 동안 정성으로 가꾸어 오던 대지를 돌볼 의욕을 잃었다. 샘물은 마르고 씨앗을 뿌려도 싹이 나자 않으며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말라 죽어갔다. 동물들도 먹이를 얻지 못해 차례로 쓰러지는 등 세상은 소리 없이 멸망하기 시작했다.

   이를 보다 못한 “제우스” 神은 “페르세포네”를 다시 地上(지상) 으로 데려오도록 “하데스”에게 명령을 하였다. 원래 “제우스”와 “하데스”는 한 형제로서 地上과 地下 세계를 나누어 지배하고 있었다고 한다. 형이자 主神(주신)인 “제우스”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던 “하데스”는 음흉한 꾀로 “페르세포네”를 달랬다. “식사를 하면 지상으로 데려다 주마.”

   식음을 전폐하고 슬퍼하던 페르세포네는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 식탁에 앉아 석류 몇 알을 입에 넣고 삼켰다.

   그러나 그 장면에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되는데, 그것은 큰 기쁨과 기대에 부풀어 지나치게 흥분하면 그 안에 숨겨진 함정을 바로 보지 못하는 愚(우) )를 범하기 쉽다는 것이다.
약속대로 식사를 마친 “페르세포네”가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는 잠시, 그녀는 계속하여 지하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는 저승에서 음식을 먹으면 그 곳을 벗어 날 수 없다는 神들의 분문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녀 상봉에만 급급하였던 그녀들은 그 불문률을 看過(간과) 하였던 것이다.

   “하데스”의 꾀에 속은 “데메테르”는 “제우스”를 찾아가 분노를 터트리고. “딸을 데려다 주지 않으면 다시는 대지를 돌보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제우스”는 고민 끝에 절충안을 내 놓았다. “일년 열두 달 중에서 “페르세포네”가 삼킨 석류 알의 수효만큼은 저승에서, 나머지 시간은 지상에서 어머니와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어머니 ”데메테르”도 저승의 “하데스”도 조금씩 양보하여 그 제안을 받아드렸다. 이 부분에서도 우리는 한국의 남북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부정과 불신 풍조가 팽배한 오늘 날에도 “제우스”와 같이 권위와 지혜가 겸비한 和解(者(화해자)가 있어야 하며 분쟁과 불화의 당사자들도 조금씩 양보하는 아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튼 그 사건을 계기로 딸이 지하에 가 있는 동안은 딸에 대한 그리움에 “데메테르”가 대지를 돌보지 않아서 땅에서 생물이 자라지 않는 황량한 겨울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잉글랜드 지역은 12월부터 다음해 3-4월까지 5달을 겨울이라 할 수 있으니 신화 속 “페르세포네”가 저승에서 5개의 석류 알을 먹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데메테르” 모녀의 슬픈 이별 때문일까? 겨울이 되면 우리의 몸과 함께 마음도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이러한 증상을 현대 의학 용어로는 “겨울 우울증(Winter Bluses)라고 한다. 일조량이 적으면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 세라토닌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하니, 겨울철이 되면 우울 증을 예방하고 부족하기 쉬운 Vitamin D 생성에도 도움을 받는 햇볕 쪼이기를 자주하라는 권고의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에도 밖에는 “데메테르”모녀의 한숨이듯 바람 소리가 차갑다 (2016/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