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종로! 종각 대각선 건너 편 제일은행이 있는 자리에는 옛날 신신백화점이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화신백화점이 있었다. 그때 화신백화점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백화점이었다. 더구나 승강기까지 있어 시골에서 올라오면 이곳을 다녀가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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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장소에서 인생의 전성기인 10~20대를 고스란히 보냈다. 내가 중학교때 서울 올라와 재수생활을 했던 아이템플. 상아탑학원, 재수 생활을 하고있는 친구들을 만나던 파고다공원, 그리고 동시상영이라 해서 두프로씩 영화를 상영했던 화신극장!   화신백화점 뒷골목엔 학사주점이 주루륵 연이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오래전에 세상을 달리한 이주일씨가 경영하던  “무랑루즈”가 들어서면서 추억의 학사주점이 몇집 없어져버렸다. 지금 종로 네거리는 서로 경쟁하듯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 있지만, 그래도 제일은행만 지나면 교보빌딩까지는 비교적 겉모습만 조금씩 바뀐 채로 그대로 있는 편이기에 편안한 마음이 되어 청진동 뒷골목을 혼자서 어슬렁대기도 한다. 

   나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서울 시내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다. 그 중 무교동과 종로는 주로 내 생활권이었다. 무교동 역시 이종환이가하던 음악감상실 세씨봉 지금은 기억이 아리 삼삼하지만 김치카바나. 별장. 초가집. 학림. 표주박. 여학사. 맹사또....모두가 통키타와 DJ가 음악을 틀어주었던 지금의 미사리 원조집들이다. 한참때 음악을 한답시고 머리 기르고 이집저집 기웃기웃 하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머리에 염색을 할때 이고 보면 많은 세월이 흘렀나보다.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종로나 무교동에 있는음악다방이나 음악 감상실로 직행하곤 했다. 그곳에는 성능 좋은 오디오시스템이 있어 내가 신청한 곡을 쉽게 들을 수 있었고, 또 유리벽 안에 앉아서 신청곡을 들려주는 디스크자키의 멋진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주로 내가 많이 찾은 곳은 무교동의 ‘세시봉’과, 종로1가 영안빌딩에 있던 ‘르네상스’이다. 그 이외 음악다방으로는 영풍빌딩 자리에 “명”, 광화문의 “초원”, “여로”, 종로2가 고려당 옆에 있던 “보리”, 그리고 얼마전에 가본 YMCA빌딩 지하다방은 아직도 미니2층인 채 옛 모습 그대로이다. 음악감상실로는 pop음악 전문인 종로의 “디쉐네” “뉴 월드” “세시봉”이 있었고, classic만 들려주던 “르네상스”와  “메트로”가 유명했다. 그 중 가장 오래 남아 있던 곳이 “르네상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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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르네상스”는 가난한 음악도들의 안식처이기도 했다. 군복을 검게 물들여 입은 미래의 음악도들이 곡명을 적어 놓은 칠판 앞에서 홀 안 가득 울리는 음악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었고, 나는 그들이 지휘하는 음악에 심취한 관객이 되기도 했다. 나에게 종로거리는, 더구나 “르네상스”가 있던 영안빌딩은 다만 다방이나 악감상실이라기 보다는 지나간 날의 그리움과 아릿한 아픔이 베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난했던 시절 방황하던 많은 젊은이들은 음악으로 서글픈 마음을 위로하였고, 그들에게 낭만을 구가하고, 정신적 위안을 주던 안식처였던 “르네상스”는 내 청춘과 나란히 60~70년대를 보내고 80년대초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가슴이 답답해 질 때면 나는 지금도 종로거리에 나온다. 그리고 많은 인파 속에 휩싸여 광화문에서부터 종로5가까지......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걷는다. 종착역 종로5가 동대문시장 좌판, 값도 싸고 먹을만도 하지만 구례장터같이 정이있는 사람들이 있고 이야기가있다. 좌판에서 엉덩이만 틀면 해삼 멍게도 있고 순대 곱창. 우무 국시, 빈대떡, 파전 없는게 없다. 호텔부페는 뭣하러들 갈까? 기분이나면 한 모금 걸치고 다시 광화문쪽으로 걸어간다. 종로5가 노상에는 꽃 장시. 약장시. 좀약장시. 광약. 접착제장시 없는게없다. 종로 5가를 지나 지나 세운상가쪽에도 볼것이 많다. 칼장시도있고. 도라이바도 있고 라이타. 라이방 .핸드폰. 지갑. 무좀약…. .길건너 공원에가면 사주관상도 봐준다. 그쯤 오면 술도 약간 깨고 종로3가 서울극장과 국일관 건물이 보이면서 젊은이들이 북적된다. 그 자리엔 신축건물을 빼고 빛 바랜 채 서 있는 건물과, 흐르는 음악과, 거리를 가득 메우고 활기차게 다니는 젊은이들을 보며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세월 따라 겉모습은 모두 변하고 그곳에 다시 가 볼 수 없다 해도 종로는 나에게 젊은 날에 대한 아련함과 추억의 거리로 언제까지나 내 가슴에 살아 있을 것이다. 막걸리 한되에 150원하던시절. 비가 올라고 꾸물꾸물한 날 친구들과 다찌노미 정종 간단히 한대포하고 헤어지자며... 대병 한병씩을 먹던 아련한 기억들이.... 그때 그 기억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