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좋아서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푸치니와 베르디의 걸작 다음으로는 비제 (Bizet) 의 카르멘 (Carmen) 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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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카르멘을 즐기지 못한다면 어느 오페라도 즐길수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정경이, 음악이 모두 스페인 일색이다. 스페인 한 여름의 하늘과 태양이 주제가 된다. 티 한 점 없는 맑고 파란 하늘은, 애인이 돌아 오기를 기다리는 청순한 시골 처녀 미카엘라 (Micaela) 이고, 작열하는 태양은, 정열의 불꽃으로 미카엘라 애인의 혼을 빼앗는 집시 여인 카르멘 (Carmen) 인 것이다. 

장소는 스페인의 세비야 (Seville), 때는 200여년 전이다.

   영어에 펨 파탈 (femme fatale) 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에서 온 말 같은데 직역을 하면 치명적 여인이다. 요염한 매력과 강렬한 유혹으로 남자를 휘어 잡아 비운으로 몰아가는 요부를 일컬은다. 카르멘은 이런 여자다. 집시의 독특한 아름다음과 매력, 선정적인 춤, 밀고 끄는 기교를 모두 갖춘 여자다. 거기에다가 너무 자유로워 도덕을 우습게 여긴다. 담배 공장에서 일도 하고 산을 넘나들며 밀수단을 도와 주기도 하는데, 여기에 순진한 돈 호제 (Don Jose) 가 등장한다. 그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고향을 떠나서 대도시에 나와 군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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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마음에도 꼭 드는 애인이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카르멘한테 겻눈질 할 돈 호제가 아니다. 이 무관심이 카르멘을 발동시킨다. 꽃 한 송이를 꺾어 돈 호제의 가슴에 던진다. 돈 호제는 큐피트의 화살을 맞고 탈영까지하고 카르멘을 따라 밀수단에 가입한다.

   뜨거워 지기도 잘 하지만 식기도 잘 하는 카르멘, 그녀의 마음은 금새 투우사한테로 옮겨진다. 돈 호제는 사랑을 되 찾으려고 무릎을 꿇고 눈물겹게 탄원 하지만, 카르멘은 받았던 반지를 빼내어 돈 호제의 가슴에 던져 버린다. 투우사의 승리로 환호하는 관중의 소리를 들으며, 질투와 실연으로 미쳐버린 돈 호제는 카르멘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가슴에서 시작해서 가슴으로 끝난다.

   투우사의 노래, 하바네라, 꽃노래를 비롯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리아가 많이 나온다. 아리아가 없을 때는 관악기가 대신한다. 3막에 나오는 플루트 독주는 스페인의 평화로운 시골을 잘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사람으로 어쩌면 그렇게 스페인의 음악을 잘 작곡했는지 놀랄만 하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음악은 편곡이 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비제 자신이 관현악 조곡으로, 사라사테 (Sarasate) 와 왝스먼 (Waxman) 이 각각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호로비츠 (Horowitz) 가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하였다. 유튜브 (YouTube) 를 열면 호로비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에 실패를 했다.  내용이 비도덕적이라는 것이 실패의 한 이유라고 한다. 애석한 것은, 비제가 이것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고 초연한지 3개월 만에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하직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이 오페라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카르멘 존즈’ 이다. 시대는 제2차 대전, 장소는 미국, 담배 공장은 낙하산 공장, 투우사는 권투 선수로 탈바꿈한다. 그것도 모자라 영화로 탈바꿈 되었다.

   이 오페라는 베리즈모 (verismo) 라는 새로운 양식의 효시가 되었다. 사실주의 (realism) 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소재가 낭만적인 이야기, 전설적인 이야기, 귀족이나 기사들의 이야기였는데 반해, 베리즈모는 우리 주위에서 일상 일어나는 사건, 현실을 살아가는 평민을 소재로 삼는다. 그로부터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푸치니의 ‘라 보헴’ 등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오페라의 무대인 세비야는 어떤 도시인가? 미국 사람은 세빌, 이탈리아 사람은 세빌리아라고 부른다. 로마제국 때 발전했고 5백년간 무어인 (Moors) 지배를 거쳤다. 미 대륙이 발견되면서 부터 국제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돈이 모여들고 사람들이 모였으며 문화의 꽃이 피었다. 100여년 동안의 황금시대를 구가하다가 사양길로 들어 섰다. 무역의 독점권을 빼았기고 흑사병으로 인구의 반을 잃어버린 것이 쇠하게 된 주 원인이 되었다. 18세기에 들어서서 찰즈 3세가 공업화의 일환으로 담배 공장을 세웠다. 바로 카르멘의 무대가 된 것이다. 이 담배 공장은 현재 세비야 대학의 일부로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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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의 세비야는 많은 오페라의 무대가 되었는데 베토벤의 ‘피델리오’, 모짜르트의 ‘돈 조반니’ 와 ‘피가로의 결혼’ 그리고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집시 (Gypsy) 는 그 어원이 이집션 (Egyptian) 즉 이집트 사람이다. 아마 이집트인 일부가 본국을 떠나서 유럽 일대를 유랑을 하며 살기 시작했으리라고 추측을 했나보다. 또 사실이 그랬을지도 모른다. 공통된 견해에 의하면, 그들은 인도의 서북부 지방에서 시작하였다.

   춤과 노래에 능하고 자유롭게 사는 집시들이 문학 예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오페라로는,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Il Trovatore), 대표적인 음악을 들면, 사라사테의 집시의 노래 (Zigeunerweisen) 와 라벨의 집시 (Tzigane), 문학 작품으로는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 를 안 들 수 없다. (계속)

사진 설명

1. 오페라의 한 장면
2. 미국 화가 사전트의 스페인의 춤
3. 오페라 광고 포스터